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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손을 꼭 잡고


손을 꼭 잡고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나들이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길에서 아마도 그 손을 놓치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되어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 다 큰 어른이 되어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바깥 나들이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현재 연세가 많으신데다 질병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시고, 다른 쪽 눈마저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계십니다. 몇 년 전만해도 아들의 얼굴을 또렷이 보시며 손수 맛난 음식을 해서 밥상을 차려 주시던 분이신데, 이젠 아들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보셔야 흐릿하게나마 보이신다고 하십니다. 어디 잠시라도 바깥을 나가시려 하시면 사람들과 부딪치는게 무서우셔서, 그리고 엉뚱한 길로 가실까봐, 그래서 아버님 손을 꼭 붙잡고 다니십니다. 얼마 전 제가 잠시 한국에 나갔을 때 식사 대접해 드리려고 모시고 바깥에 나가는 길엔 아버님 손 대신에 아들의 손을 꼭 잡으시며 나들이를 하셨습니다.


저의 손을 꼭 잡으시던 어머님의 손이 왠지 어릴 적 제가 꼭 붙잡던 어머님의 손 같아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머님을 의지해서 잡았던 손이라면 이제는 저를 의지해서 잡으신 어머님의 연약해진 손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신 것은 여전히 저의 손을 붙잡고 앞장 서 길을 나서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잡으신 손에서 변함없으신 어머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엔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해서 간절하게 하나님의 손을 잡고 살아가려 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손을 잡지 않고서도 충분히 내 스스로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다 또 삶의 어려움이 찾아오고 도움이 필요하면 또 다시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손을 잡으려 애씁니다. 그런 삶을 반복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야 할 신앙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나만을 생각하고 하나님의 손을 찾고 잡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장성하여 제가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듯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할 신앙의 연륜과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변함없이 나의 힘듦만 생각하여 나의 손만을 계속해서 누군가가 잡아주기만을 기대하고 바라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손도 그래서 찾으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연약한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할 때입니다. 아니 하나님의 손도 이제는 그런 마음으로 잡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 하나님은 연약해지는 순간은 없으십니다. 그러나 당신의 손 대신에 우리의 손을 통해 하나님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기를 원하십니다. 힘이 없으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하나님 사랑 안에 거하고, 하나님 뜻을 기억하며,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아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가 하나님 당신의 자녀요 백성임을 밝히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저의 손을 꼭 잡으신 저의 어머니이시지만 여전히 저의 손을 잡고 앞장서 나서시던 어머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은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손은 내가 필요할 때만 잡는 손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안다면, 그 뜻을 깨닫고 사는 자라면, 그 뜻대로 순종하며 살아가는 자라면, 이제 그 손을 펴 하나님의 손을 잡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힘들고 연약한 자들을 위해, 복음의 증인으로서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그 분께서 앞장서시어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여 따를 수 있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손으로 어렵게 세워져 가는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Kindred Church의 손을 잡아 줄 때입니다. 언젠가 그들이 우리의 연약해진 손을 잡아줄 날이 있겠지요. 아니 언젠가 그들이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여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손을 굳게 붙잡고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살아낸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복음의 열매를 맺어가는 역사가 우리 교회를 통해 여러분 모두를 통해 이루어지게 될 줄 믿습니다. 그날의 축복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손 잡아주는 사역을 계속해서 감당하기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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