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나의 나된 것은


나의 나된 것은


바울은 종종 자신의 사도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고전15:9)라고 고백을 하며 자신을 한껏 낮추어 표현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도와 비교해 자신을 가장 작은 자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베드로나 요한과 야고보 같은 사도들에게 예의상 한번 그래 본 것이 아닙니다. 혹은 자신을 과장되게 낮추고 겸손한 척 꾸미는 것도 아닙니다. 베드로나 요한같은 사도들은 비록 학식이 없고 무식했지만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제자수업을 받았습니다. 주님의 부활과 십자가를 목격했고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도 직접 두 눈으로 본 사도 중의 사도들이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일 외에는 주님을 따라다닌 일도 없고 직접 배운 적도 없고, 주님의 십자가를 본 일도 없습니다. 또 바울은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고백대로 그는 믿는 자들을 잡아 옥에 가두고 고문도 했습니다. 스데반 집사가 돌에 맞아 순교하는 자리에도 있었습니다. 바울은 무서운 핍박자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모든 일들을 고려한다면 바울의 자격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의 전과를 놓고 볼 때 그는 사도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또한 종종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15:10)라는 고백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은 바울은 자신이 죄가 많아서 사도될 자격이 없는데, 감히 사도의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주님이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사도로 부르셨으니 자신의 사도됨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할 수 없는 은혜로 된 자이면서도 너무나 자주 그 은혜를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위로부터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데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인데 뭐.....” 라며 나의 행위, 나의 노력을 강조하려 듭니다. 자기 공로를 앞세우는 것은 은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자입니다. 하나님은 나의 어떤 자격이나 조건을 보시고 은혜를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무조건적으로 부어주신 은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은혜를 기억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헌신의 삶을 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를 위한 헌신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받은 은혜가 크면 헌신은 자연히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바울은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라고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나서 주님을 위해서 힘을 다하여 수고하였다고 고백을 합니다. 마치 뒤늦게 신앙 생활한 사람이 불이 붙어서 오랫동안 신앙 생활하는 사람의 수고를 삼킬 듯이 바울은 여러 사도들보다 더 많은 수고를 하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바울이 그렇게 수고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도보다 어떤 능력이나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사도보다 더 열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직 받은 바 하나님의 은혜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한량없는 은혜, 말할 수 없는 은혜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는 이 받은 은혜를 적용해야 합니다. 좀 부족해도 은혜로 대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좀 못나도 은혜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대해서는 처절하리만큼 율법을 적용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이 정도로 수고해서는 안되지. 내가 주님께 이 정도밖에 못하나?” 채찍질해도 괜찮습니다. 왜요? 받은 은혜는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걸 바꿔서 자신에게는 꼭 은혜를 적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주일도 빼먹었는데...하나님이 봐주셨어. 은혜야. 기도 안하고 사는데도 아무런 문제없어...은혜야” 그렇게 살고도 하나님이 봐 주신 것은 하나님 편에서의 일방적인 은혜이지, 내 쪽에서는 그건 은혜가 아니라 배은망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의 일을 하면서 착각하기 쉬운 것들 가운데 하나는 주의 일은 내가 하는 것인 냥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로 하시게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순간순간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라고 고백을 하며, 내가 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하는 것이라고 모든 공을 하나님께 돌리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어차피 하나님의 은혜로 존재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바울이 드린 고백처럼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한량없는 은혜가 있기에 더 많은 수고를 하겠다.’고 고백하시며, 결단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 모습을 하나님은 기뻐하시고 그 인생 끝까지 책임져 주시는 줄 믿습니다. 그리고 바울처럼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동행하여 주실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 은혜입니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