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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


이번 여행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에 전시되어 있는 “최후의 만찬”의 오리지널 벽화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1495년에서 1498년 사이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성당 식당 벽화로 그린 그림으로 예수님이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중 제자들 중 하나가 자신을 배반할 것을 말씀하시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별히 레오나르도 다반치는 이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그림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열 두 제자의 얼굴을 그리는 모델을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먼저 예수님의 모델을 구하러 여기저기 다녔는데 어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아름다운 청년을 발견하고서 ‘아, 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를 예수님 모델로 찍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평화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이 아마 저랬을 거라고 여기며 비싼 돈을 주고 그를 데려다가 예수님을 그렸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결국 열 한 제자를 그려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가룟 유다였습니다. 가룟 유대의 얼굴이 어땠을까 고민하며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모델이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그렇게 찾던 가룟 유다 같이 생겼을 법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막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룟 유다 모델을 해 달라고 요청하면 쉽게 수락할 것 같지가 않아 돈을 많이 주고 데리고 가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유다 모델을 하려던 사람이 펑펑 우는 것입니다. 왜 우냐고 물으니까 그가 하는 말이 “저를 기억하십니까?” “난 잘 모르겠소.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물어보는 것이오?” “제가 바로 몇 년 전에 예수님 모델을 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단 몇 년 만에 그는 그렇게 변했던 것입니다. 교회 다니며 하나님을 섬길 때는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마음에 일어나는 거짓말을 이기지 못해 함부로 남을 비방하고, 마음에 악의를 품고 악독을 행하고 훼방하다보니 도적질에도 무감각해져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더 많은 죄를 짓게 되고 결국 감옥에까지 가게 되면서 그의 얼굴은 그렇게 변해 버렸습니다. 가룟 유다의 얼굴이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우리가 날마다 변화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신앙이란 한 번 구원받고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혈의 공로로 말미암아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만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날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을 박고 주님의 성품에 참예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최후의 만찬”에는 제자들의 다양한 얼굴만 표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몸짓, 특별히 그들의 손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돈 궤를 한 손에 움켜지고 있는 가룟 유다를 비롯하여 그의 등 뒤에 칼을 겨누고 있는 베드로의 손, 예수님에게 나는 주를 배반할 자가 아니라 항변하는 듯한 제자들의 손짓 등, 그런 제자들의 모습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그들의 손짓, 몸짓이 담고 있는 의미들에 대한 해석을 들으며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묵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식탁에 앉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를 배반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가롯 유다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내 자신이 주님의 몸된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주를 배반하려는 마음,  말, 그리고 행동으로 살아가고는 있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니, 그 가롯 유다의 모습이 저의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쉽게 흥분하고 분노하며 다른 이의 귀를 칼로 베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베드로의 모습, 그리고 가롯 유다의 등 뒤에 그 칼을 교묘히 숨기고 있는 모습이 저의 모습과 닮아 있어 가슴이 섬뜩했습니다. 다른 제자들 역시 각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모두가 다 결백하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다 예수님을 배반하고야 말지요.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부정하려고만 하는 모습 속에서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금은 전시 공간에 딱 15분만간 미리 예약한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관람을 허용하고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만 그 벽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 머물 수 밖에 없어서 모든 것을 다 확인하여 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그림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색이 바래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 만찬의 시간 속 제자들의 속이고 감추고 부정하는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과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부끄러운 모습의 제자들을 주님은 두 손 벌려 다 품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은총에 한없이 감사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의 모습이지 않나 싶습니다.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또한 한없이 감사해야만 하는 모습. 그 모습이 저와 여러분의 정직한 신앙의 모습이기 원합니다. 주님과 같은 식탁에 앉아 있다 하여 자만하지 마시고 오늘도 겸손히 부족한 나를 품어 주시는 주님 은혜 앞에 엎드려 살아가시기를 축복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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