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진 십자가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813
- 22-04-03 08:44
억지로 진 십자가
성경적 제자의 정의는 ‘예수를 따르는 자’입니다. 처음 열 두 명의 제자들을 주님께서 부르셨을 때, 그들은 모두가 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좇았다고 성경은 적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지난 3년여 시간 동안 예수와 함께 하며 예수를 좇았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듣고, 그 분의 가르침에 따라 행하며 지냈습니다.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예수를 끝까지 따르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수께서 대제사장에게 끌려가 심문을 당하시고, 빌라도 로마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으시고, 모진 고문과 핍박을 당하는 순간이 찾아오자 제자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분명 예수를 따르는 자, 제자라 자부하며 지난 3년을 살아온 그들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인가요? 정말 예수를 따르는 자, 맞는가요? 그렇다면 예수의 제자로 우리 모두는 응답하며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위해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해 가셨습니다. 당시 관습에 따르면 십자가형을 언도 받은 죄수는 자신이 못박힐 십자가를 그 처형 장소까지 스스로 지고 가는 것이 관례였다고 합니다. 후세 사람들이 ‘비아 돌로로사’ 즉 ‘비탄의 길’이라고 부르는 총독 관저에서부터 골고다 언덕까지 이르는 십자가의 길은 그 거리가 약 400-500m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전날 밤 밤새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고, 또 이른 새벽부터 체포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심문과 채찍질을 당하신 예수님으로서는 기운이 소진되어 도저히 그 무거운 십자가를 제대로 지고 가실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아마도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여러 차례 넘어지시는 등 시간이 지체되자 로마 군병들이 너무 지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길 가에서 구경하던 구경꾼 중 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신 십자가를 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붙잡혀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게 된 사람이 구레네 출신의 시몬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고통 속에 쓰러지시고 힘들어 하시는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할 사람들은 예수님을 좇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두려워서, 자기 자신만 생각하다 보니, 아무도 그 곁을 지키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제자라고 말로만 떠들게 아닙니다. 제자라고 생색낼 게 아닙니다. 제자라고 어깨에 힘주고 신앙 생활할게 아닙니다. 제자라면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어야 합니다. 제자라면 지어야 할 십자가를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라면 예수 곁에 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제자라 감히 말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의 제자 어느 한 사람도 그 자리에 없었기에, 얼떨결에 시몬이라는 사람이 끌려 그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기 싫은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발자취를 따르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예수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는 분명 예수의 제자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유월절을 지키고자 오랜 만에 예루살렘으로 순례 여행을 나선 것일 겁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그 자리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갈 때에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것을 붙들어 그에게 십자가를 지워 예수를 따르게 하더라”(눅23:26) 예수를 따르는 자가 제자라 한다면, 그도 역시 제자가 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구레네 사람 시몬은 그날 비록 억지로 진 십자가였지만, 가기 싫은 길이었지만, 억지로라도, 강압적으로라도 예수를 따름으로 말미암아 그는 예수의 제자가 됩니다. 나중에 시몬은 자신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구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초대교회를 아름답게 섬기는 일군이 됩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6장 13절에서 그의 아들 루포와 그의 아내를 언급하는데, 특별히 시몬의 아내를 자신의 어머니라고까지 표현하며 경의를 표하기 까지 합니다. 비록 얼떨결에 지게 된 십자가였지만, 지기 싫었던 십자가였지만, 억지로 끌려서라도 지게 된 십자가로 인하여 그는 참된 제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는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라가는 자입니다. 억지로건, 얼떨결에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제자로서의 삶이며 하나님의 축복이요 은총입니다. 엉겁결에 지고간 십자가도 이처럼 시몬의 삶에 복이 되었거늘 하물며 자원하는 심정으로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른다면 그 복이 얼마나 더 하겠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때로는 자발적으로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힘겨워 하면서 십자가를 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 때로는 구레네 시몬처럼 얼떨결에 고통의 십자가를 맡아 지고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요 은총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삶의 자리에서 억지로라도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삶으로 응답하며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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