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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시간


멈춤의 시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쁘지 않으면 실패한 사람같이 여깁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상황 중심으로 산다는 겁니다.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데, 상황에 끌려 다닙니다. 모름지기 성도라면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내가 맞닥뜨리는 모든 세상, 즉 교회와 세상과 직장과 가정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이 등장하는 무대로 펼쳐져야 하는데, 거꾸로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에 끌려 다니기 일수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것입니다.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생의 영적 질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짐이 하나 필요합니다. “나는 더 이상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 세상은 나의 가치가 아니다.” 이것은 세상에서 하나님이 주신 무대에 최선은 다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 세상의 가치에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다짐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답게 살며, 더 이상 세상의 방법대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을 단순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됩니다. 물질과 명예 같은 것들만 조심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것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운동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면, 그만큼 영적인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적 측면에서 전혀 상관없는 것들 중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삶의 영적 중심이 잡힙니다.


사순절 기간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묵상하는 중,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은 예수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마지막 십자가를 지셔야 할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평소 하시던 습관에 따라 기도하시러 감람 산으로 가십니다. 아니 이제 마지막 모든 것을 정리하셔야 할 가장 바쁜 시간에, 가장 급박하게 움직이셔야 할 순간에 주님은 오히려 모든 것을 멈추시고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셨습니다. 하다못해 일주일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짐 싸고 정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던지… 너무 너무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다 여행을 떠났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생각해 보면, 그 날에 예수님의 행적은 아주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순간에 오히려 멈추시고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다면, 기도야 말로 세상에 이끌려 가지 않고, 그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아니하고 우리 삶의 영적 중심을 잡는 가장 최고의 무기임을 주님께서 애써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아닐런지요?


마음으로 주님과 이야기를 해도 되고, 창 밖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하나님과의 독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 그 잠깐의 시간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가요? 음악을 들으면서도 휴대폰을 보고, SNS를 하면서도 동시에 일이나 공부까지 하는 멀티플레이어들 아닌가요? 그런 우리가 고요함 가운데 가만히 있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나 멈춤이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멈춤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조용함이란 무엇인가? 멈춤은 무엇인가? 왜 이렇게 마음 시끄럽게 살아왔을까? 내 생각은 왜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을까?’ 아마 고요함 속에서 이런 것들을 생각해본다면, 알게 될 것입니다. 일이 많아서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줄 알았는데, 그저 혼란스러웠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탄이 가장 잘하는 일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하나이기에 진리 자체를 아무리 흔들려 해도 좀처럼 흔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탄은 진리를 흔드는 대신, 그 진리 안에서 사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끊임없이 더하여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시끄럽게 하고, 울분과 분노와 아픔과 억울함의 여러 감정으로 요동시키는 것입니다.


혼란한 세상은 힘듭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 힘듭니다. 세상에 끌려 다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끌려 다니는 한 계속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끌려 다니도록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선한 일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았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피조물로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멈추시기 바랍니다. 정지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혼란스럽게 살지 않겠다고 결단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결단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습관에 따라 감람 산에 오르신 주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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