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아프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면


소설 ‘빙점’의 일본 작가 미우라 아이코는 20대에 폐결핵으로 인한 척추골양(caries)가 발병해 13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무신론자였던 그가 요양 중에 하나님을 만난 뒤 쓴 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프지 않으면’입니다.


아프지 않으면 드리지 못할 기도가 있다.

아프지 않으면 듣지 못할 말씀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접근하지 못할 성전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우러러 보지 못할 거룩한 얼굴이 있다.

아아, 아프지 않으면 나는 인간일 수 없다.


아프지 않으면 인간일 수 없다는, 연약할 때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고, 그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게 되고, 은혜를 구할 수 있습니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한 여인은 12년 동안 백방으로 노력을 다 해도 고칠 수 없는 자신의 질병, 그 연약함 때문에, 이제 모든 소망이 다하였다 여겨지던 순간에 예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피를 계속해서 흘리는 병으로 인해 부정하다 사람들에게 낙인 찍혀 버린 인생이었지만, 버림받고 단절된 인생이었지만 그 아픔으로 인해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고통 때문에 예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은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12년 동안의 고통의 시간이 견디기 힘들만큼의 끝나지 않을 어둠의 긴 터널과 같았지만, 그 아픔의 시간 때문에 주님을 향해 간절한 기도를 드릴 수 있고, 주님의 옷자락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지옥과 같은 12년의 아픔의 시간 때문에 주님을 만날 수 있었고,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고, 비로소 그 고통에서 자유 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비록 12년의 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겪은 그 혈루증은 결국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게 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예수를 믿고 주를 따르겠다고 결단한 순간부터 견디기 힘든 육체의 가시가 있었죠. 많은 기적과 기사를 펼치던 바울이었지만 자신의 육체의 질병만은 어찌할 수 없어 하나님께 세 번에 걸쳐 간절히 간구합니다. 그러나 그는 번번히 거절당함을 경험하고 맙니다. 낙심할 만도 한대 그 순간 주님의 음성을 그는 듣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12:7) 자신이 겪는 고통스러운 육체의 가시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고 있음을 그는 깨닫게 된 순간부터는 말할 수 없는 기쁨 속에 오히려 자신의 이 연약함을 자랑하며 삽니다. 더 이상 강해지려 애쓰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약함으로 오히려 주의 능력이 자신에게 머물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때로는 육체의 가시 덕분에 하나님을 만나고, 그 가시 덕분에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또 그 가시 덕분에 평강을 누리며, 그 가시 덕분에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며,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육체의 가시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인 셈입니다. 하나님의 눈길이 향하게 되는 그저 한없는 사랑이요,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임하게 되니 놀라운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 순간들로 인해 하나님 앞으로 많은 무리들을 뚫고 나아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되니 이 또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은 많이 힘들다고들 하십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도 합니다. 많이 아프다고도 하십니다. 그래도 힘들거나 아프지 않으면 드리지 못할 기도가 있고,  아프지 않으면 듣지 못할 말씀이 있으며 아프지 않으면 접근하지 못할 성전이 있음을, 그리고 아프지 않으면 우러러 보지 못할 거룩한 얼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며, 오늘의 아픔에, 육체의 가시에 믿음으로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주의 한량없는 은혜가 여러분의 삶 가운데 부어지는 축복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