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는가?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는가?

 

하루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갈릴리 바다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큰 광풍이 일어났습니다. 물결이 배에 부딪칩니다. 배가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뱃전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심지어 배에 물이 가득하게 되었는데 예수님은 계속 주무시고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눅8장). 아니, 어떻게 이런 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주무실 수가 있었을까요? 정말 예수님이 주무셨을까요? 처음에는 아마 피곤하시니까 주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풍이 몰아치고, 배가 흔들리고, 얼굴에 비가 막 뿌리기 시작하고, 물이 들어오고, 제자들이 아우성인데도 여전히 주무시고 계셨을까요? 처음에는 예수님이 주무셨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 깨어나셨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주무시지 않고 주무시는 것처럼 가만히 계셨을 겁니다. 그럼 왜 일어나지 않으셨을까요?

 

예수님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어떻게 이 파도에 반응하는가, 풍랑에 반응하는가를 보시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믿음을 확인해 보고자 하신 것입니다. 상당히 의도적인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날의 사건이 시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풍랑이라는 자연적인 재해를 통해 당신의 제자들의 믿음을 테스트하신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시험을 하셨을까요? 인생의 바다에는 풍랑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나가 지나면 또 다른 것이 닥칩니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인 풍랑을 겪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관계가 단절되어 상처를 주고받는 인간 관계의 풍랑을 겪기도 합니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순간에 건강이 꺾여 버리는 풍랑을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한번 거대한 풍랑을 겪고 나면 웬만한 다른 풍랑에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풍랑을 겪을 줄 아는 마음의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풍랑을 허용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날 제자들이 크게 당황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예수님과 함께 배에 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과 배에 함께 타고 있었기에 이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날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광풍을 겪기 전 예수님은 거의 죽게 된 백부장의 하인을 말씀만으로 고치십니다. 나인 성의 과부의 아들은 이미 죽었는데도 장례를 치르러 가는 그 행렬을 멈추시고 그를 그 자리에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리고 이어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각 성을 돌아다니시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열두 제자들과 함께 복음을 전하셨으며, 귀신을 쫓아 내시며 병 든 자를 고치셨습니다. 나아가 복음의 말씀을 비유로 선포하시고는 제자들에게 따로 그 비유를 설명하시는 특혜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제자들의 기세가 얼마나 등등했겠습니까? 지금 이런 분과 자신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환호도 받을뿐더러 가는 곳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기적들을 매일 매일 보고 있으니 얼마나 그들의 기세가 등등했을까요? 어쩌면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들이 대단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풍이 몰아치는 인생의 위기와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자만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날 분명 예수님과 함께 배에 올랐고, 분명 예수님이 자신들의 곁에 함께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몰아친 광풍으로 인해 거의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을 안다고,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예수님을 내 인생의 배에 모시고 있다고 대단한 믿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참된 믿음은 예수를 믿는 우리 인생에 풍랑이 없을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풍랑이 들이닥칠 것을 예상하고 주님 안에서, 주님 말씀 붙잡고 그 풍랑을 이기며 살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 갈릴리 바다야말로 우리 인생에 대한 적절한 상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되는 뜻밖의 풍랑, 그래서 우리는 더 당황하고 불안해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풍랑은 인생에 쉴새 없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것을 준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예수 믿고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풍랑이 면제된다고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풍랑의 면제를 약속하신 것이 아니라, 풍랑을 맞더라도 뚫고 나갈 수가 있다, 마지막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니 우리 앞 길에 광풍이 없기를 기도하지 마시고 아무리 거세게 몰아치는 광풍이라 할지라도 그 광풍 거뜬히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기를 위하여 주님께 간구하는, 주님을 의지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응답해야 할 참된 믿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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