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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복된 수신자


말씀의 복된 수신자

 

2,000년 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은 400년의 영적 암흑기를 끝내고 하나님께서 드디어 이 땅에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기를 결정하신 날입니다. 그래서 그 준비 작업으로 침례 요한을 준비시키셨고, 바로 이어 예수님의 탄생을 나타내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하셨던 구원의 큰 뜻을 이루어 가기 시작을 하셨습니다. 누가는 바로 이 부분을 눈 여겨 보기 시작을 한 것입니다. 다른 복음서들은 모두가 다 예수님의 탄생과 동시에 바로 이어 사역에 초점을 맞춘 반면, 누가의 눈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위한 그 준비 과정의 모든 것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복음서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목자들을 통한 온 세상의 기쁨의 소식에 관한 내용을 비롯하여 침례 요한의 탄생의 배경이 되는 그의 부모인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이야기, 그리고 마리아에게 임한 수태고지(受胎告知) 등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의 이 땅의 오심과 나심은 온 세상에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이라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복음’, 즉 ‘복된 소식이다’ 하여 복음인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서는 복음의 첫 수신자로 ‘목자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왜 복음이 목자들에게 처음으로 전달되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의 신앙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하나님의 말씀하심을 경험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정작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저 평범한 것 같은 목자들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고, 하나님의 임재를 대신하는 천사들의 함께함을 경험한 사건은 우리가 놓치지 말고 눈 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신앙의 주안점이 될 것입니다.

 

우선 예수님이 탄생하던 그날 밤, 목자들은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고 있었습니다(눅2:8).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기의 사명대로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표현과 같습니다. 자기의 사명을 지키고 자기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우선은 자기의 사명이 무엇이고,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당시 누구보다 성경을 잘 알고 있던 자들이 서기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 기쁨의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일까요? 자기의 사명, 즉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과 그리고 자신의 자리, 즉 백성들에게 이 말씀을 전하는 자리에서 그들은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사명을 가지고 헤롯 왕 측근 행세를 했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백성들을 착취하고 로마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이윤을 추구하려고 하였습니다. 목사가 목사의 사명과 자리를 벗어날 때, 장로, 권사, 집사, 아니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자 맡은 사명과 자리를 벗어날 때, 우리는 동일한 현상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면, 자신의 사명과 자리를 지키면 하나님은 항상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사실 이 기쁨의 소식을 받기에는 ‘목자’라는 직업이 좀 그렇습니다. 저는 구원의 이 기쁨의 소식을 받고 전하는데 왜 하필 목자들을 들어 사용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보다 효율적이고 준비된 자들에게 이 소식이 전달되지 않은 것일까요? 왜 하나님은 아주 적은 무리들에게, 그것도 하찮은 이들에게 나타나신 것일까요? 그러다 목자들의 특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밤에 들판에 있었던 그들은 자기 생각, 자기 뜻보다는 항상 양 떼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도 목자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나의 생각 보다, 나의 뜻보다, 하나님의 양 떼를 생각하고, 하나님의 공동체를 생각하고, 하나님의 관심이 머무는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에게 그 날밤 목자들에게 찾아와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씀하여 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 자신의 사명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자에게 하나님은 동일하게 찾아와 만나 주시고 말씀하여 주실 것입니다.

 

자신의 사명과 자신의 자리를 지킴으로 인해 놀랍고 영광스러우며 감격스러운 복음의 첫 수신자가 된 목자들처럼, 나의 생각이나 나의 뜻보다 양을 돌보고, 이웃들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먼저 품을 줄 알았던 목자들처럼 되어 올 한해 우리도 하나님 말씀하심의 첫 수신자, 아니 매일 매일 들을 수 있는 하나님 말씀의 복된 수신자로 살아가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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