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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거미손

 

‘거미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축구에서의 골키퍼, 그 중에서도 방어 능력이 아주 출중한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팀 골키퍼로 맹활약을 했던 이운재 선수를 그 당시 거미손 골키퍼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장 뛰어난 거미손 골키퍼 하면 수식어처럼 붙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레프 야신’이라는 선수입니다. 구 소련의 축구대표팀 골키퍼였던 그는 현역 시절 페널티 킥을 총 150회나 막는 등 피널티 킥 방어율 50%가 넘었던 동체 시력과 선방 능력 모두 축구 역사상 최고 수준의 골피퍼였습니다. 항상 검정 천모자와 검은 옷에 검은 장갑을 끼고 나와서 당시로서는 거인과도 같던 190cm의 장신을 바탕으로 공격수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들어갈법한 슈팅도 막아내는 신들린 모습을 보여주며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웬만한 공은 그 자리에 서서 팔만 뻗어 잡아내기도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축구골대의 좌우 상단 구석, 즉 골키퍼가 막기 매우 어려운 사각지대를 일명 '야신 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야신은 이 쪽으로 날아오는 슈팅조차도 매우 잘 막았다고 합니다. 이후 야신의 이름은 골키퍼의 대명사가 되었고, FIFA 월드컵 골든 글러브의 초창기 이름이 야신상으로 불리었으며,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그를 기려 대회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수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흔히 실력 있는 골키퍼에게는 '거미손' 내지는 '문어발' 등의 별명이 붙곤 하는데, 이러한 별명들의 시초가 바로 ‘레프 야신’입니다.

 

수도 없이 날아오는 슈팅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슈팅들을 척척 막아내는 ‘거미손’의 모습은 마치 욥의 신앙의 모습과 닿아 있습니다. 욥은 부지 중에라도 범할 수 있을 지 모를 죄를 위해서 항상 성결케 하고 하나님 앞에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렸던 사람입니다(욥1:5). 그런 믿음의 사람 욥에게 어느 날 연속해서 환난이 임하게 됩니다. 하루 아침에 그의 모든 재산을 다 빼앗겨 버립니다. 소와 나귀와 양과 낙타 등이 하루 아침에 강도들에게 빼앗기거나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불살라 버리고 맙니다. 조금 있으니 욥의 자녀들이 음식를 먹는 중에 광풍으로 집이 무너져 다 죽고 맙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몸은 악성 종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서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아무리 신앙의 ‘거미손’이었어도 이렇게 폭풍처럼 몰아치는 환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분명 그는 그 어떤 어려움도 척척 막아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자신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어려움도 척척 해결해 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손이 늘어진 자를 강하게 하였고, 넘어지는 자를 말로 붙들어 주었고, 무릎이 약한 자를 강하게 할 만큼 욥은 신앙의 거미손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욥4:3-4). 그런 그가 하루 아침에 와르르 무너져 버린 모습으로 주저 앉아 있습니다. 욥의 친구들이 그를 찾아왔을 때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곁에서 감히 그에게 한 마디로 하지 못할 만큼 처절한 고통 속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신앙의 위대한 거미손이라 해도 욥이 당한 고난 앞에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욥도 그 동안 자신이 그토록 잘 방어해 오던 모습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오히려 더욱 절망에 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잘 방어해 왔다 자부해 오던 그 거미손 신앙이 사실은 자신의 거미손이 아니었던 사실을 욥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힘으로 그 동안 잘 방어해 왔던 일이라 우리는 자주 생각합니다. 실은 내 손으로 이것도 막아 보려 하고 저것도 막아보려 해 왔습니다. 그리고 나름 선방하며 잘 방어해 왔다 여겼습니다. ‘나의 손이 거미손이다’ 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거미손은 나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었다는 사실을 욥도 그리고 우리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욥은 그토록 처절하고 묻고 또 물었던 것입니다. 나에게 닥친 이 고난의 이유를 말입니다. 나의 거미손으로 내가 왜 막지 못하였을까를 묻고 또 물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나의 손은 뭐든지 척척 잘 막아내는 그런 거미손이었다고 믿고 살았는데, 실은 내 등 뒤에서 그 모든 환난을 다 막아 주신 진짜 거미손은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나의 모든 어려움을 다 막아 준 진짜 거미손은 하나님의 손입니다. 나의 손은 기껏해야 두 개입니다. 이 두 손으로 막아야 얼마나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마치 이 손으로 뭐 엄청나게 대단하게 다 막은 것으로 착각하며 그 동안 우리는 살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등 뒤에 서서 이 모든 어려움을 다 막아내고 계신 진짜 거미손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손이 오늘 나를 든든히 바치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정말 멋진 거미손의 하나님을 소리 높여 찬양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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