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

 

성경 속 기드온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감격스럽습니다. 기드온의 군사는 처음에 3만2천 명이었습니다. 사실 이 숫자만으로 13만 5천명이라는 미디안 연합군과 싸우는 것은 역부족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디안과 주변 나라들에 완전히 짓밟히며 살고 있던 상황을 생각한다면 3만 여명이라는 숫자가 미디안과 싸워 보겠다고 나온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요, 그래서 어쩌면 이런 기세라면 미디안 군대와 싸워볼 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셨습니다. 이대로 기드온 군대가 승리했다가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염려하셨습니다. 그래서 기드온의 용사를 단 300명만 남기셨습니다. 인간적인 힘과 전술을 다 빼신 후에 적군이 “메뚜기 떼처럼” 득실대고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진으로 보내셨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칼이 아닌 나팔과 빈 항아리를 들리시고, 그 속에 횃불을 감추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자 나팔을 불고 항아리를 깨뜨리며 소리만 지르게 하셨습니다. 어떤 병법서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이고도 신비한 전투가, 아니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기드온의 용사들이 나팔을 불며 주님을 찬양하자 미디안 군사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다가 자기들끼리 칼로 치며 자멸(自滅)했습니다(삿 7:19-22). 주님은 이처럼 아주 참신한 방법으로 기드온에게 승리를 안겨주셨습니다. 주님의 전략도 놀랍지만 기드온의 용사들이 메뚜기 떼 같은 적진을 향해 나팔과 항아리만 들고 진격한 것도 대단합니다. 기드온의 리더십이 발동한 건지, 주님이 도우실 거란 확신으로 나아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진짜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임에는 확실합니다.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 이 주님이 나를 어떻게든 살리실 거란 ‘깡다구’를 갖춘 사람은 사막이나 강에 던져져도 죽지 않습니다. 광야 길에서도 나를 지키시는 그분의 음성에 순종하여 가다 보면 주님의 오아시스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에 놓일 때, 그 순간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물으시는 ‘네 마음과 중심이 어디 있느냐’라는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내 마음의 중심이 주님을 향해 있는지 아니면 나를 향해 있는지,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 앞에서 정직한지를 점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내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하나님을 제쳐놓고 스스로 탁월하다고 여겼을 텐데, 애석하게도 내 실체를 알기에 모든 게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드온은 자신의 능력의 부족함을 알았기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 할 것을 알았기에 그는 비록 300명 밖에 되지 않는 군사들이었지만 13만 5천명과 싸우는 전투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하늘의 능력을 끌어다 씀으로 그날의 전투에서 승리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능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 기드온은 끊임없이 하나님께 묻고 또 묻는 일을 반복하였던 것입니다. 비록 기가 하나님의 명령과 말씀에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묻고 또 묻는 과정을 통하여 적어도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친절하게도 기드온의 계속되는 요청에 거부하시거나 책망하시지 않으시고 끝까지 응답하여 주십니다. 적어도 그날에 기드온은 하나님 앞에 머물며 하나님의 은혜를, 그리고 하나님의 능력을 사모하여 주님 앞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던 민족의 큰 문제 앞에서 하나님과 교제하려는 기드온의 모습은 하나님이 기뻐하시기에 충분하였던 것입니다. 하늘의 능력을 끌어 쓰기에 충분하였던 것입니다.

우리의 바쁜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짧게라도 교제하려는 우리의 모습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온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하여,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기를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 오늘 이 만남을 이끌어주세요. 제 완악하고 교만한 마음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가로막지 않게 해주세요. 제 입술과 마음을 주관해주세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짧은 간구에도 하나님은 생각지 못한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주시고, 일이 기대 이상으로 성사되게 하시며,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시기도 하십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하나님을 전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빡빡한 일정 중에도 하나님과 오롯이 만나는 그 시간은 하늘의 능력이 내게 부어지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잡념으로 가득 찬 머리를 비워내고 하나님께 집중할 때 평안이 차오르며, 나를 괴롭히던 욕심과 교만이 밀려 나가고 하늘의 지혜와 그분의 선하신 뜻이 채워지는 놀라운 은혜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늘 내 계획보다 더 놀랍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를 묻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