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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


출애굽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 대로 야곱과 그의 가족들은 가나안 땅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요셉이 총리로 있던 애굽 땅으로의 이주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애굽 땅에서 무려 400여 년간 살게 됩니다. 애굽 땅이 어떠하길래 그들은 그토록 오래 동안 그 땅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고향과 같이 여기며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일까요?

 

애굽에 관한 성경적 이름은 미스라임입니다. 미스라임의 뜻은 ‘두 개의 좁음’입니다. 이 같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애굽 땅 자체가 큰 강을 따라 이루어진 약간 좁게 펼쳐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애굽 양편으로 사막이 펼쳐져 있고 이곳을 따라 약간 길게 강이 뻗어 있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항상 주변에는 모레가 흩날리고 강물은 언제나 둑에 흘러 넘치기에 그 주변으로는 흩날리는 모레가 진흙으로 변하여 비옥한 토지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애굽 땅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도 항상 토지가 비옥하여 곡식이 풍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애굽 사람들은 굳이 하늘을 바라보며 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늘의 비를 굳이 의지하지 않아도 그들은 항상 넘쳐나는 강물로 인해 풍성한 양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가나안 땅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없으면 땅의 곡식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서는 하늘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이 필수였던 것입니다.

 

모세가 애굽 왕 바로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나갈 것을 요구하자 그가 한 말이 두고 두고 마음 속에 남습니다. “여호와가 누구이기에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보내겠느냐 나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니 이스라엘을 보내지 아니하리라”(출5:2) 자신이 스스로 신이 될지언정 다른 신을 알려고도 하지 않을 뿐더러 아니 아예 알지 못한다고 단언합니다. 그 이유가 애굽 땅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신을 의지하지 않아도 그들은 항상 넘쳐나는 강물로 인해 늘 풍성한 곡식을 손에 가지고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강물은 마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이 강물이 왜 이토록 풍성히 흘러 넘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채워지는 삶, 부유한 삶, 잘 되고 형통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주식에 일자도 모르는 사람이 주식에 투자를 했더니 엄청나게 높은 수익을 얻어 잘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웠다는 소식을 듣고서 허탈해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그곳이, 그러한 삶이 바로 애굽 땅의 삶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여호와가 누구이기에”라고 외치고도 남을 만한 곳이 바로 애굽 땅입니다. 굳이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아도 땅만 바라보아도 살기에 충분한 곳이 바로 애굽 땅인 것입니다.

 

잘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갑자기 불어 닥친 고난으로 인해 그들은 애굽 땅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가 누구인지를 모르던 것은 바로나 이스라엘 백성이 매 한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고난이 닥치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여호와가 누구인지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고, 여호와 하나님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출애굽’을 단순히 애굽 땅을 떠나는 것으로만 이해하려 합니다. 그 애굽 땅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한 여정이 바로 출애굽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출애굽의 핵심은 애굽 땅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백성이 여호와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백성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출애굽인 것입니다. 그래서 출애굽기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바로와 애굽 백성들에게도 하나님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를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가르쳐 주고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은 단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내기 위해 베푸신 하나님의 기적이 아니라 애굽 땅에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신, 즉 모든 인류에게 출애굽을 선언하신 하나님의 손길이셨던 것입니다. 하늘을 바라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살던 인생이 이제는 하늘을 바라보아야 살 수 있는 인생임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출애굽의 의미인 것입니다.

 

그래서 광야에 40년간 머물면서도 하나님은 계속해서 출애굽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셨습니다. 불순종으로 고집을 피워도 이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도록,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당신의 백성들을 계속해서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고백하고 믿는다 하면서 혹시 아직도 출애굽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요? 하나님이 누구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도무지 관심도 없이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여전히 우리는 출애굽의 부름 앞에 서 있음을 기억하시며 진정한 출애굽의 신앙으로 나아가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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