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내 주께 가까이


내 주께 가까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28:15)

 

고향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향하던 중 잠시 들판에 유숙하던 야곱에게 갑자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그리고 이제 돌고 돌아 20여년이 지난 훗날 다시금 이 자리에 서게 될 야곱에게 있어서 그곳 벧엘에서 만난 하나님은, 그리고 그곳에서 쌓은 돌제단은 자신의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고 맙니다. 처음으로 고향 땅을 떠나 정처 없는 나그네 인생을 살아야 하는 순간에 만난 하나님이셨기에 그렇고요, 처음으로 부모님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가야 했던 그 출발점에서 만난 하나님의 음성이었기에 그랬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빈손의 인생 속에 채워주시겠다, 부어주시겠다,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은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야곱에게 있어서 벧엘은 그런 곳입니다. 그의 신앙이 무척이나 좋았기에 그곳에 멋지게 예배의 단을 세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예배의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그 날것 같은 신앙을, 믿음을 좋아 하셨습니다. 이제는 정말 다른 것 보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볼 순간들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나고, 그렇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만의 인생의 첫출발을 했던 야곱을 하나님은 기억하셨고, 그리고 처음 그곳에서 주셨던 약속의 말씀처럼 그를 다시금 불러 이 벧엘의 자리에 세우셨습니다.

 

지난 주간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신 故 강철희 장로님의 장례 예배를 치르면서 제 마음 속 깊이 들었던 생각이 야곱의 삶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강철희 장로님의 인생에 있어서 이곳 미국이라는 땅은 마치 그 먼 옛날 야곱에게 있어서 벧엘과도 같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과 힘이 아닌 자신만의 힘으로 이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뜻을 세우고, 새로운 일들을 이루어 가야만 하는 순간들. 쉽지만은 않을 길이었고, 결코 평탄하지도 않은 길이었지만 야곱은 돌이켜 생각하며 자신의 힘들고 고단하고 어려운 여정 가운데 하나님이 늘 함께 하셨음을 그는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바램처럼 이 벧엘 땅으로 돌아와 하나님 품에 안깁니다.

 

하나님은 홀로 떠나는 야곱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그와 함께 하여 주셨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약속대로 그의 자녀들을 축복하여 주셨습니다.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창28:14) 그리고 말씀처럼 모든 족속이 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야곱이 그날에 본 꿈대로 야곱이 서 있던 곳은 하나님의 전이 됩니다. “두렵도다 이 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창28:18)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강 장로님의 삶을 하나님은 야곱과 같이 사용하셨습니다. 장로님의 가정은 늘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의 전으로서의 삶을 감당하며 사셨습니다. 늘 교회의 든든한 중심이 되셨고, 늘 많은 성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습니다. 자녀들이 복을 받는 모습 못지 않게, 장로님 가정의 손길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놀라운 영광을 우리는 눈으로 직접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모든 수고를 다 마치시고 사명을 다하셨기에 처음 약속하신 주님 품으로, 주의 은혜의 품으로, 주의 약속의 품으로 부르셨습니다. 비록 우리는 사랑하는 강철희 장로님을 먼저 이 땅에, 그리고 우리의 가슴에 묻지만, 우리 모두는 오늘의 이 자리를 평생 예수의 신실한 증인이요 종으로 살아간 장로님의 믿음의 고백이요 신앙의 발자취로 기억할 수 있기 원합니다. 이곳은 하나님께서 평생에 강철희 장로님의 하나님 되어 주심에 대한 산증거요, 평생에 함께 하여 주심과 지켜 주심에 대한 증거가 되는 줄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일에 증인이요, 우리도 장로님처럼, 그렇게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증인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슬픔 속에 계신 그러나 하늘의 소망으로 이겨나가시는 유가족 모두와 사랑하는 성도님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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