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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시작


복음의 시작


복음서 중에 가장 먼저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마가복음의 첫 부분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좀 엉뚱한 질문 같지만 여기서 “복음”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 보니 복음이 하나가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그냥 복음도 있고 순복음도 있으며 심지어 원조 복음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식당에 갔더니 무슨 볶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더라는 것입니다. 많이 헷갈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외국 사람이 하는 말이 복음 앞에 무슨 수식어를 붙인 것일수록 순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순한 것 같았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진짜 순수한 것은 아무 것도 안 넣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원래 복음은 하나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기독교의 복음은 원조 복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만약에 원조 복음 쪽에서 우리에게 복음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라도 낼 것 같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만약에 그들이 요구할 것 같으면 꼬박꼬박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음이라는 말을 먼저 독점해서 사용하던 그들은 누구입니까? 로마의 황제들입니다. 원래 복음이라는 말은 로마 군대가 승리를 거두었다든지, 황실에 큰 경사가 있을 때 그 소식을 전하는 용어입니다. 괜히 기쁜 소식이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애타게 기다리던 황제의 아들이 태어났다든지 새로운 황제가 등극했다든지 하는 소식들은 복음 중의 복음입니다. 왜냐 하면 황제는 그 소식과 함께 특별 사면을 베풀거나 하사품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민중들에게 있어서 그 소식보다는 그 하사품이 진짜 복음입니다. 배고픈 민중들에게 있어서 황제가 아들을 낳든 말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러나 황제가 주는 빵과 고기만큼은 진짜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이 로마 황제의 복음과의 엄청난 긴장 관계 속에서 기록되고 또 선포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 당시 주피터의 아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복음에 감히 대든 상황인 셈입니다. 무력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스스로 신이라고 외친 아우구스투스, 온 땅에 자신의 제국이 시작되었다고 선포한 아우구스투스, 그리고 이 소식이야말로 복음 중의 복음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 아우구스투스와 감히 맞섰다는 말입니다. 그 복음이 로마로부터 멀리 떨어진 변방에까지 울려 퍼져서 그의 탄생이야말로 신의 은총이요 복음의 시작이라고 또렷하게 비석에 새겨져 있던 바로 그 시기에 마가복음 기자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되었다고 어느 골방에서 파피루스에 기록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마가복음 기자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복음이 너무 부러워서 몰래 그 복음이라는 말을 한 번 써 본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고 기록하면서 참으로 비장한 각오로 감히 황제의 복음을 부정했던 것입니다. 진짜 복음이 시작되었으니 가짜 복음은 걷어치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황제의 복음을 거부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은 모든 것을 뒤집어엎는 개혁의 시작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출발 신호였습니다. 예루살렘의 구원이 횃불 같이 나타나도록 쉬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 아들을 보내심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였으며 따라서 로마 제국은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침례 요한은 가장 먼저 침례를 선포했습니다. 요한이 선포한 침례가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죄의 회개입니다. 먼저 죄를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의 원래 뜻은 돌이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향 전환이 회개입니다. 로마 황제의 길로부터 그리스도의 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사람들은 떠들어대지만 그리스도의 길은 그 길을 거슬러 갑니다. 폭력과 지배의 평화로부터 사랑과 섬김의 평화로 돌이켜야 합니다. 권력과 부, 폭력과 억압, 불의와 거짓으로 구축한 제국의 길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모든 불법을 철저히 회개해야 합니다. 모든 불신앙을 깨끗이 청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회개는 단지 돌아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방향을 전환했으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황제의 복음으로부터 돌아섰으면 그리스도의 복음을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권력에 빌붙어 부스러기나 얻어 먹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바로 이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올 한 해 여러분의 삶 속에 복음의 시작이 울려 퍼질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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