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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기억하는 자


은혜를 기억하는 자


사회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사람은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의존된 존재라고 합니다.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그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고 또한 감사하지 않고 정신 없이 살아만 갑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베푼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남에게 베푼 일은 잊더라도 남에게 받은 은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흔히 감사를 인격의 척도, 나아가서 우리 신앙인에게는 신앙의 척도라고 하는데 이런 감사는 바로 은혜의식에서 나옵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감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살려고 애를 쓴 사람이 많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다윗입니다.


다윗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았던 사람, 아니 잊지 않고 살려고 애썼던 사람입니다. 그 증거로 그는 왕이 된 후에도 자신을 항상 ‘이새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을 그렇게 부른 것은 비천한 자기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무엘상16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사울에 이어 왕이 될 사람을 세우도록 사무엘을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으로 보내셨습니다. 이 때 사무엘은 이새와 그의 아들들을 초청하여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새는 이 모임에 마침 들에서 양을 치고 있던 다윗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이 다른 아들이 없느냐고 찾았을 때에야 비로소 ‘말째가 있는데 양을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린 여기서 다윗이 가족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한 잊혀진 아이, 가족으로부터 소외를 당한 아이라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특히 이새가 다윗을 ‘말째’라고 한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째를 히브리어로 ‘학카톤’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나이’의 개념을 넘어 ‘등급’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가장 늦게 태어난 아이(막내)라는 뜻과 함께 ‘제일 변변치 못한 놈(꼴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당시 양을 지키는 것은 이 ‘학카톤’의 몫이었습니다.


이렇게 천한 자리에서 양이나 지키며 가족으로부터 소외 받은 그가 하나님의 은혜로 한 나라를 경영하는 왕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대개 잘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 이유가 자신의 ‘처음 모습’(originality)을 잃고 교만할 때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자 왕이 된 뒤에도 스스로를 ‘이새의 아들’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자신의 처음 모습을 기억하며 겸손하게 오늘의 자신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나님 역시 종종 그를 부르실 때 ‘이새의 아들, 다윗’이라고 하셨습니다. 네게 베푼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너의 처음 모습을 잊지 말라’는 뜻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평생을 철저한 이 은혜 의식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이런 은혜 의식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을 뛰어넘어 다윗을 이스라엘의 성군 되게 했던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적으로 잘나고 못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얼마든지 역전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받은 은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입니다. 사울은 다윗과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뛰어나고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탁월한 사울은 버림을 받고 별 볼 일 없는 다윗이 귀하게 쓰임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다윗이 늘 은혜를 기억하였고, 그 은혜에 올바로 반응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는 자녀는 효자가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은 좋은 제자가 됩니다. 이처럼 좋은 신자가 되고, 좋은 예배자가 되고, 좋은 헌신자가 되기 위해선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야 합니다.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하나님의 자녀, 천국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임을 가슴 속에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죄인된 우리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버리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 그 아들 독생자를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보내신 하나님의 은혜에 전심으로 감사하는 이번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시103:2) 하나님을 향한 찬양은 은혜를 기억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주신 은혜, 받은 은혜를 또렷이 기억하므로 기쁨의 찬양이 넘쳐나는 성탄절이 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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