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말씀

목회서신

보라(Behold)!


보라(Behold)!


우리는 일상 속에서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합니다. 나름의 방법으로 주일 외의 다른 날들의 삶 속에서 신앙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의 속도와 무게는 때때로 우리의 기도와 묵상을 습관이나 형식으로 만들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가끔 저는 일상의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내려 놓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도하면 어떻게 인도하여 주신다는 것인지, 아니 어떤 때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솔직한 이유는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설마 이런 문제까지 하나님께 기도로 여쭤 보는 건 좀 아니지 않나?’와 같은 제 자신의 합리화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 쉽게, 아니 자주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제 맘대로 일을 저지르고야 마는 교만의 자리로 선뜻 나가고야 맙니다. 어떤 때는 기다림의 시간이 귀찮기도 하고, 도무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뭔지를 분별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상 13장에 보면, 사울 왕이 블레셋과의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7일 동안 기다리라는 사무엘 선지자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적과 그 앞에서 흩어지는 백성들을 보며 조급함을 느낀 나머지, 그만 자신이 직접 번제를 드리는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충분히 전쟁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울 왕은 ‘기다리라’라는 사무엘의 권고와 하나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번제를 드리고야 맙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를 사울의 ‘교만’ 때문이라 지적합니다. 


시편 54편 4절에 보면, “보십시오. 하나님은 나를 돕는 분이시며 여호와는 내 영혼을 붙들어 주는 분이십니다.”(시54:4, 우리말 성경번역)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이 문장의 처음 부분은 ‘보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Behold’입니다. 경외하는 대상인 하나님을 주로 바라볼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하나님께 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멈추어 서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구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멈추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 날의 사울 왕처럼 하나님께 구하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서는 것조차 조바심을 느끼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서둘러 뭔가를 하고야 맙니다. 성경은 이를 ‘교만’이라 지적합니다.


그때의 사울 왕의 행동을 백성들 중 그 누가 교만으로 인식하고 있었을까요? 사무엘 선지자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지고 있었고, 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번제를 드리는 장소에 있었던 백성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번제를 드리는 사울 왕의 행동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색하게 느끼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블레셋과의 전쟁을 코 앞에 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이스라엘의 왕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도 괜찮게 여겨질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명령을 신뢰하지 못하고, 따르지 않은 사울 왕의 마음 속 교만을 보셨던 것입니다. 사울의 조급함, 사울의 두려움, 그 원천에는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는 그 분의 일하심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드려진 사울의 기도도, 제사도 이미 하나님의 마음에 합하지 않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이를 ‘교만’이라 지적합니다.


우리는 주일 예배의 자리를 떠나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의 삶 속에서 걷습니다. 삶 속에서 드리는 예배는 생각처럼 쉬운 일 아니지요. 오늘도 우리 삶의 자리에서 넘어지고 때론 실족하지만, 그래서 쉽게 교만의 길로 들어서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울의 당연하고 평범한 행동 속에 감춰진 교만의 모습을 교훈 삼아 잠시 멈추어 서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볼 수 있는 여러분의 모습이기 바랍니다. 우리의 조급함, 우리의 두려움을 내려 놓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고 먼저 바라볼 수 있기 원합니다. 그리하면 오늘도 신실하게 나를 도우시며 나를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전능하신 역사를 내 삶 속에서 찐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될 줄 믿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를 ‘겸손’이라 부릅니다. 교만에 빠지지 마시고 겸손히 하나님만 바라보시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참으로 복된 여러분 모두가 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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