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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敎會)인가 아니면 교회(交會)인가?


교회(敎會)인가 아니면 교회(交會)인가?

(가르칠 ‘교’-敎, 사귈 ‘교’-交)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정의가 모호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교회가 처음 세워졌을 때 교회(敎會)는 가르치는 곳이었습니다. 글을 가르치고, 사상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하나님 말씀, 진리를 가르치는 곳이 바로 교회였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조선 후기와 일제 시대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 백성들에겐 가르침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했기에 초창기 한국 땅에 발을 들여 놓은 선교사들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교회 안에서 가르치는 일을 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까지 한국의 기독교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성경공부에 심혈을 기울이고, 많은 성도들이 하나님 말씀을 사모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 안에 가르침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이는 소그룹 모임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가르침 위주의 교회(敎會)가 관계와 사귐을 중시하는 교회(交會)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가르침을 받는 곳으로 만족하지 않고 교회 안팎의 활동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안에서 어떤 재미있는 활동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 교회 저 교회 찾아 다니시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교회들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진행하느라 열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때 이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쳐 한국 교회는 전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해외 선교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한국 교회를 강타한 세계 선교의 열풍은 바로 공통의 관심사가 집약되어 일어난 엄청난 교회(交會) 역사였던 것입니다.


‘가르치는 교회(敎會)가 참된 교회인가 아니면 친교와 사귐이 풍성한 교회(交會)가 참되게 살아있는 교회인가?’ 사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교회가 처음 시작되던 예루살렘 교회의 태동의 과정을 보면, 이 모든 양상들이 다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순절 날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이 임하시고 나서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은 베드로의 설교를 통해서도 나타나듯, 복음을 증거하고 구약으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약속하신 메시야에 대한 예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가르쳐 주는 가르침이었습니다(행2장). 즉 가르침의 교회(敎會)의 모습이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가르침을 듣고 많은 이들이 가슴에 찔려 회개하며 하나님께로 나오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교회는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복음의 가르침으로 시작된 무리들이 어느새 함께 모여 예배하고 서로 떡을 떼며 교제하는 모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곧 사귐의 교회(交會)의 모습이지요. 그래서 오늘날 우리들의 교회에는 가르침도 있어야 하고 사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위한 가르침이고 무엇을 위한 사귐인가?’입니다. 성경 지식에 대한 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가르침으로 전락하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성경공부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고 단계를 세분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단순히 공부를 위한 가르침으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귐도 마찬가지입니다. 떡을 떼는 모임이 어느새 함께 즐기는 모임으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 공통의 관심사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어느새 모임 자체가 개인적 만족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보여준 가르침은 아주 분명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복음 증거를 위한 분명한 목표와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르침과 함께 반드시 나타나던 일들은 회개와 믿음의 고백의 역사였습니다. 사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모여 친밀한 교제를 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복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모여 예수를 고백하고, 예수의 사랑을 나누고, 예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려 하였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모인 이유입니다. 그 모임 속에는 자기의 만족감이나 자기의 유익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는 달라도 참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교회는 전혀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곤 합니다. 세상을 전혀 리드해 가지도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에 끌려가기 십상입니다. 교회(敎會)와 교회(交會)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성령의 충만함으로 예수 복음의 가르침이 풍성한 교회, 성령의 충만함으로 예수 사랑의 사귐이 풍성한 교회, 그래서 복음을 전하려 하는 교회, 그래서 복음이 증거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진짜 가르침이 충만한 교회, 진짜 사귐이 풍성한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말씀 앞에 다시 한번 결단하고 굳게 서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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