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753
- 22-12-18 08:49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하나님의 은혜로 고향 땅으로 무사히 돌아온 야곱은 형 에서와 평화로이 헤어진 뒤 ‘숙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거주용 장막을 짓고, 짐승을 위한 축사도 지으며 오래 시간 정착을 합니다(창33:18). 왜 이렇게 장시간 머물렀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쉼과 재충전, 그리고 회복을 위해서 일 것입니다. 그 동안의 모습은 너무도 급박한 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온 가족이 이제 좀 한 숨을 돌리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곱 자신이 더 이상 강행군하기에는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얍복 강에서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을 하면서 그의 환도뼈가 골절되는 상처를 입었었기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형과의 화해 후 긴장이 풀려 비로소 제대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적절하고 적당한 쉼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칫 이 쉼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영적으로든 육적으로든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야곱은 여기 숙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오래 지체됨으로 말미암아 세겜에서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곳에서 가진 쉼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쉼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한 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적절한 쉼을 통해 다시 힘을 얻고 헤브론으로 하나님께로 나았어야 했는데, 여기서 야곱은 영적 나태함에 빠지게 됩니다. 영적 영적 자만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곱과 같은 위기 가운데 있을 때에는 하나님을 의지하다가도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영적 나태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잠시도 한 자리에 머물려 하지 말고 계속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잠시 갖는 쉼이 영원한 쉼이 되지 않도록 늘 경각심을 가지고 깨어 있을 수 있기 바랍니다.
숙곳에서의 머무는 시간이 오래됨으로 말미암아 야곱 가정에 원치 않은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지는 야곱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즉각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들이 목축의 현장에서 돌아오기를 잠잠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대 유목민들은 통상 부모와 처자가 머무는 중앙 장막을 중심으로 각자 흩어져서 목축을 하였기에 이들이 모이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즉각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한 동안 잠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야곱의 태도는 자기 외삼촌 라반과 결별할 때의 야곱의 당당한 모습과 자기 형을 대면할 때의 적극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것은 자기 딸의 치욕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의 태도는 상당히 미온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세상적인 방법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할 힘이 없었다 손 치더라도 최소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 모습,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신앙적인 모습 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불과 10여년을 이곳 세겜 땅 근처 숙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는 처음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던 심정을 다 잊고 말았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도도 잊고, 하나님의 은혜도 잊고, 하나님의 약속도 잊고, 하나님의 능력도 잊은 채 지난 10여 년의 세월을 이 이방 문화가 가득한, 그렇지만 참 살기 좋은 이 세겜 땅에 묻혀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겜의 실질적인 세력가인 이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에 대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야곱이 어디에 정착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무엇 안에 정착했는가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는 분명 하나님의 약속 안에, 하나님의 은혜 안에, 하나님의 능력 안에 정착하여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세겜 땅에, 그 문화 안에, 세상의 권력 안에 정착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요15:4) 하나님의 말씀 안에, 그 분의 은혜 안에, 그 분의 능력 안에 살 때 우리는 비로소 승리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성탄절은 여전히 세겜 땅에 머물며 살아가던 우리에게 은혜 주시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찾아오신 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 분 안에 거함으로, 그 은혜 안에, 그 능력 안에 거함으로 승리하며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 드립니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