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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신앙


조건부 신앙


형 에서의 분노의 칼을 피해 밧담아람으로 가다가 벧엘의 들판에서 하나님을 만나 야곱은 선뜻 하나님께 이런 서원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만약 저와 함께 계셔서 제가 가는 이 여정에 저를 지키시고 제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며 제가 제 아버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여호와께서 제 하나님이 되실 것이며 제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모든 것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창28:20-22) 언뜻 보면 야곱이 대단한 신앙으로 하나님께 서원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살펴보면, 야곱의 서원은 ‘만약~하면’이라는 조건을 담고 있어서 하나님의 약속이 충족될 경우에 준행하겠다는 조건부 다짐과 같습니다. 야곱이 내건 조건은 사실 꿈에 하나님이 야곱에게 나타나사 이미 약속하신 내용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아무런 조건 없이, 즉 야곱이 어떤 특별한 행위를 한다든지,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특별히 더욱 주의하여 순종하며 산다든지 하는 행위들이 전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약속은 조건 없이 주어졌는데, 야곱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가 종종 보이고 있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릴 때도 암암리에 이미 내가 내세운 조건대로 하나님이 응답해 주셨을 때 감사와 찬양을 드리곤 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기대하고 내세운 조건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우리가 경험하게 되면 어느새 우리의 안색은 어둡게 바뀌고 우리 입가엔 미소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럼으로 말미암아 인색하거나 형식적인 감사와 찬양을 드리게 되고야 마는 것입니다. 


야곱의 서원 속에는 그의 불완전한 신앙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셨으면, 사실 그대로 믿는 모습, ‘아멘’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는 하나님의 약속 앞에 자신의 조건을 내걸고 서원을 드립니다. 한마디로 하나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약속대로 자신에게 다 이루어 진다면, 그때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겠다고 서원합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약속하신 바대로 자신의 삶에 역사하셔서 다 이루어 주신다면, 그때 가서 여기 벧엘에 세운 이 돌로 하나님의 집을 삼겠다고 서원합니다. 하나님이 약속대로 자신에게 풍성한 복을 주시면, 그 복 주심에 감사해서 십일조를 드리겠다고 서원합니다. 이것이 야곱이 벧엘 들판에서 하나님께 드린 서원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날에 야곱은 ‘만약 하나님이 이렇게 해 주신다면’이라는 조건부 신앙의 고백이 아니라 보다 확신 있는 고백을 드릴 수 있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도망자 신세로, 버려진 심정으로, 나그네 인생으로 홀로 걸어가는 인생 길에 친히 찾아와 그가 혼자가 아님을, 더더군다나 범법을 행하여 도망가는 신세가 아니라 축복과 언약 속에 살아가는 인생임을 확인시켜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가 얼마나 확실하게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경험했으면, “참으로 이곳은 여호와께서 계신 곳인데 내가 몰랐구나"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이 바로 하나님의 집이며 이곳이 하늘의 문이구나”라고 고백하며 그래서 돌 단을 쌓았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실 야곱은 그날에 조건부 서원이 아닌 순서가 바뀐 확신 있는 신앙의 고백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었어야 했습니다. ‘여호와가 나의 하나님이시기에 나의 여정에 늘 함께 하여 주시고, 이 길에서 나를 지켜 주소서. 그리고 반드시 다시금 돌아오게 하여 주소서.’ ‘여호와가 나의 하나님이시기에 이곳에 세운 돌이 반드시 하나님의 집이 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에게 복 주시는 분이시기에 주신 복에 감사하여 십분의 일을 반드시 바치겠나이다.’ 이런 확신 가운데 신앙의 고백을 드릴 수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야곱은 여전히 하나님이 주실 복을 자신의 손을 움켜 쥐고 하나님께 그 약속 반드시 이루셔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종종 신앙이라는 근사한 포장 아래 순서가 바뀐 서원 혹은 감사와 찬양을 드리고 있지는 않는지요?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가 먼저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먼저이어야 합니다. 야곱은 이 순서를 깨닫는데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세월 동안 야곱의 입술에서는 감사와 찬양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분명 하나님이 그의 생명을 지켜 주셨는데, 분명 하나님이 그에게 대가족을 이룰 수 있도록 복을 주셨는데, 분명 하나님이 그의 모든 삶을 다 채워 주셨는데, 그의 입술에는 좀처럼 감사와 찬양이 터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조건을 내건 신앙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내세운 조건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순서가 바뀌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가 먼저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먼저이어야 합니다. 조건부 신앙에서 확신의 신앙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감사와 찬양이 여러분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게 됩니다. 그래야 매 순간이 감사와 찬양으로 넘쳐 나게 되는 것입니다. 2022년 남은 한 달, 확신의 신앙으로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돌리며 여러분 모두 유종의 미를 잘 거두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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