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섬김의 삶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734
- 22-07-24 08:48
나눔과 섬김의 삶
19세기 말에 가까스로 복음을 듣기 시작한 한국 교회가 공식적으로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기로 결의한 때는 바로 1912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912년은 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점되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한국기독교 역사에 의할 것 같으면, 그 해 조선예수장로회 총회는 중국 산둥성으로 박태로, 김영훈, 사병순, 이 세 명의 선교사를 이듬해 파송하기로 결의합니다. 나라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긴 나라의 백성들이, 더더군다나 복음을 받아 들인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미약하고 지극히 가난했던 한국교회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전국에 있는 교인들은 ‘아니,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라고 빈정거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우리 코가 석자인데 무슨 중국 선교냐?’라고 반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전국의 교회들에서 이 소식을 듣고서는 선교에 보태 쓰라며 감사헌금들이 모아졌고, 이는 일제히 선교비로 분류되어 지게꾼들에 의해 모아져서 선교사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드려진 헌금은 오늘날 현금으로 드려지는 헌금이 아니라 주로 농사를 지어 거둬들인 곡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지게꾼들이 동원되어 이 선교비가 전달된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 교회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자 하나님께서 초기의 한국 교회에 주신 은혜로 말미암은 일입니다.
“형제들아 하나님께서 마게도냐 교회들에게 주신 은혜를 우리가 너희에게 알리노니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그들의 넘치는 기쁨과 극심한 가난이 그들의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고후8:1-2)
빌립보, 데살로니가, 베뢰아 등의 마게도냐 교회들은 가난하고 환난이 많았음에도 더 어려운 형편의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풍성한 연보, 즉 구제헌금을 드렸습니다. 이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이 믿는 자의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보다 넉넉하지 않음에도 ‘힘에 지나도록’ 이 일에 동참하였습니다. 그들은 결코 남들보다 부요했기에 이 같은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더 가난해지기를 각오하면서까지 이 일에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물질이 많다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는 누구든지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눔과 섬김에 자발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그 배경에는 받았다고 여길만한 은혜들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나의 공로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울 당시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와 성도들은 많은 환난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까지 복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애써준 예루살렘 교회의 어려움을 듣고서는 ‘어차피 힘든 거 조금 더 힘들면 되지!’, ‘어차피 한끼 밖에 못 먹는 거 조금 덜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마게도냐의 성도들은 연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연보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서로가 듣게 되면서, 그 연보가 조금씩 쌓아져 가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들은 극심한 환난과 가난 속이었지만 기쁨이 마구 솟구쳐 오르게 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 수 있는 힘대로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힘에 지나도록 넘치게 하게 된 것입니다. 결코 남아 돌아서도 아니고, 결코 부요해서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나눔과 섬김은 바로 이와 같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풍성하고 넉넉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기에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북한 탈북자 선교와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한 사역을 위해 ‘선교 기금 모금’을 합니다. 마게도냐 성도들이 가졌던 마음으로 함께 동참했으면 합니다. 아니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시절,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선교사를 파송했던 우리 민족의 신앙의 저력을 본받아 이 일에 함께 동참할 수 있기 원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너희의 사랑의 진실함을 증명하라”(고후8:8)라고 권면합니다. 우리도 나눔과 섬김의 기화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고 하나님 사랑의 진실함을 나타낼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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